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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미디어】 장진택 기자의 ‘다 지난 얘기’ = 딱딱한 기사만 쓰다가 오랜만에 부드럽게 펜을 들었습니다. 그래서 존댓말이지요. 자동차 디자이너였다가 자동차 기자로 살게 되면서, 그 동안 입 꾹 닫고 살았던 얘기를 조심스럽게 꺼내 놓으려 합니다. 당시 회사 내에서는 상당히 비밀스러운 얘기였지만, 이제는 너무 오래 지나서 비밀 같지도 않은 얘기들입니다. 그래서 칼럼명이 ‘다 지난 얘기’입니다. 오늘은 시작하는 기분으로 ‘약한 것’ 하나 꺼냅니다.


참고로 자동차 디자이너는 연구개발직이라서 보안서약서를 씁니다. 퇴사 후 5년 동안 회사 얘기를 절대 하지 않겠다는 약속이죠. 5년이 아니라 15년이 넘게 지났기 때문에, 이제는 써도 되겠죠? 아마 될 겁니다. 다 지난 얘기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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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에서 아주 가끔 보이는 1세대 프라이드


엇그제 홍대앞에서 예쁜 기아 프라이드(1세대)를 봤습니다. 순간 추억에 잠기면서 문득 옆구리를 보게 됐습니다. 기아 프라이드 5도어에만 있는 아주 ‘비밀스러운’ 부위를 확인하기 위해서였죠. 보통 B-필러라고 하죠. 앞문짝과 뒷문짝 사이에 있는 기둥 말입니다. 이 기둥의 맨 끝을 보면 엄지손가락 크기의 플라스틱 조각이 붙어 있습니다. 이런 게 붙어 있으면 안 될 거 같은데, 이상하게도 붙어 있습니다.


초창기 5도어 모델은 이 부위를 검은색으로 칠해서 별로 티가 나지 않았습니다. 유리창을 감싸는 프레임과 B-필러를 모두 검은색으로 칠했죠. 그런데, 후기 모델로 가면서 이 부위를 보디 컬러로 칠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이 플라스틱 조각이 일반인의 눈에도 보이게 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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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라이드의 B필러. 아래 사진은 플라스틱 부위(B필러 윗부분)를 확대한 것


하지만 이것 때문에 ‘리콜’을 하거나, 소비자 불만 같은 게 접수된 기록은 없습니다. 다만 제가 근무했던 군부대에서는 수송대대 선임하사가 이 플라스틱 조각을 발견하고는 “프라이드(당시 군에 보급된 흰색 프라이드 영)에 누가 장난쳤느냐”며 전 부대원을 끌어내 ‘단체 기합’을 주기도 했습니다. 군대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지요. 아무튼 그 플라스틱 조각은 군인들이 장난을 친 것도, 어느 누가 장난을 친 것도 아닙니다. 당시 기술의 한계 때문에 생긴 조각입니다.


프라이드는 처음에 3도어로 개발됐습니다. 미국(포드)-일본(마즈다)-한국(기아)이 합작해 만들었죠(설계는 주로 마즈다에서). 3도어 해치백은 미국에서는 잘 나갔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시기상조였습니다. 3도어가 멋지고 실용적이면서 차체 강성도 좋다는 게 안 통할 시절이었으니까요. 그래서 기아자동차에서는 문짝 2개를 더 달아 5도어 모델을 개발하기로 합니다. 앞문짝 크기를 약간 줄이고, 뒷문짝을 붙인 거죠.


다 잘 만든 줄 알았는데, B필러가 문제였습니다. B필러 윗부분의 굴곡이 너무 심해서 당시 프레스 기술로는 찍어낼 수 없었던 겁니다. 문짝 금형은 다 마무리됐는데, B필러 때문에 설계를 다시할 수도 없고, 아무리 해도 당시 기술로는 찍어낼 수 없고, 그래서 B필러 윗부분에 플라스틱 조각을 ‘슬쩍’ 붙였던 겁니다. 철판 성형이 가능한 부분까지만 철판으로 만들고, 윗부분에 플라스틱 조각을 덧대는 식이였죠. 요즈음 같으면 ‘다중 프레스’나 ‘핫-스탬핑’ 같은 공법으로 ‘툭’ 찍었냈겠지만, 당시 기술은 이래저래 한계가 많았습니다.


이 플라스틱 조각은 프라이드 5도어가 단종될 때까지 줄곧 붙어 있었습니다. 다만 5도어 모델에 트렁크를 붙인 프라이드 베타에서는 이 부위를 말끔하게 수정됐습니다. 다만 프라이드 왜건은 (5도어 모델을 기본으로 만든 탓인지) B필러에 플라스틱 조각이 붙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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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란에서 만들어 팔고 있는 사이파 111


기아 1세대 프라이드는 지금도 이란에서 만들어 팔고 있습니다. 여기서도 5도어 모델과 세단형을 팔고 있는데, 모두 B필러를 수정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회사 홈페이지에 나온 공식 사진으로 보기에는) B필러 윗부분에 붙였던 플라스틱 조각을 붙이지 않고 파는 것 같습니다. 세단형 모델 조차 B필러가 제대로 수정되지 않았고, 트렁크 디자인도 프라이드 베타와 다소 다릅니다. 제 추측에는 5도어 금형만 가져간 후 이걸 기본으로 세단형 모델을 만든 듯 합니다. 


기아 프라이드 1세대 모델은 1987년 3월 출시됐고, 2000년도까지 팔렸다,는 역사 얘기는 인터넷에 검색해서 찾아 보세요. ‘나무 위키’나 ‘위키피디아’ 같은 곳만 뒤져도 역사 얘기는 흔하게 읽을 수 있으니, 굳이 이곳에 옮겨 적진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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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아 프라이드 광고


오늘 장진택 기자의 ‘다 지난 얘기’는 여기까지 입니다. 반응 좋으면 계속 쓰고, 반응이 ‘시큰둥’하거나, ‘너무 지난 얘기 아니냐, 프라이드 중고차 값 떨어지면 책임질 거냐, 왜 열심히 일한 사람 생각도 않고 험담 하느냐’는 등의 ‘역반응’이 나오면 바로 그만 쓰겠습니다. ‘다 지난 얘기’이긴 하지만, 남들에게 (극소수에게라도) 피해를 주면서까지 쓸 내용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지난 3월에 게재한 “뒤로 밀리는 현대 아이오닉” 기사와 관련해, 요즈음도 괴상한 메일이나 댓글 붙이는 분들께 말씀드립니다. 아이오닉 중고차 값이 (저희 매체 때문에) 내려갔는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카미디어>는 한 번 게재한 기사는 절대 삭제하지 않습니다. 또, 현대차를 깎아 내리려는 목적으로 차를 사서 테스트한 것이 아님을 다시 한 번 말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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