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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인지로버 벨라

 【카미디어】 김민겸 기자 = 랜드로버에서 중형 SUV 쿠페, 레인지로버 벨라를 출시했다. 레인지로버 벨라는 여러모로 별나다. 일단 '별나게' 멋지다. 디자이너가 '작정하고' 잔뜩 멋을 부려 디자인한 차다. 여기도 멋, 저기도 멋이다. 실용적인 멋은 거의 없는, '폼생폼사' SUV다. 여기에 아주 별난 가격표까지 붙었다. 벨라의 뼈대는 재규어 F페이스와 같은데 가격은 2,500만원 이상 비싸다. 벨라는 정말 별난 차다(가격 얘기는 뒤에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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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레인지로버 벨라를 시승했다. 서울 한강잠원지구와 인천 영종도를 왕복해 달리는, 137km 짜리 코스였다. 사진으로만 보다가 직접 만난 벨라는 '실물 깡패'였다. 작정하고 멋지게 만든 티가 났다. 사진 속에서 벨라는 다소 '지루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벨트라인과 차 지붕이 하염없이 뒤로 뻗은 차였다. 현실 속 벨라는 그렇지 않았다. 앞부터 뒤까지, 꽤 괜찮은 비율을 보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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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벨트 라인(차창과 문짝의 경계선)이 점차 높아지는 디자인이다

BMW X6, 벤츠 GLE 쿠페처럼 극적인 루프라인은 아니다. 다만, 벨트라인을 점차 높이는(랜드로버에서는 커맨드 드라이빙 포지션이라 말하는) 방식으로 랜드로버만의 SUV 쿠페로 해석해 냈다. 최고에 가까운 디자인 완성도다. 세상 모든 SUV를 '멋'을 기준으로 줄 세우면, 벨라가 단연 1등이다. 멋진 건 엄지손가락 바짝 들어 인정해야 한다. 그게 사실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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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지로버 벨라는 문 손잡이가 조금 특이하게 생겼다. 평소엔 안 보이게 문짝 안에 숨어 있다가 운전자가 다가가면 '스르륵' 튀어나온다. 랜드로버는 이를 '자동 전개식 문 손잡이'라고 부른다. 언제 쏙 들어가나 하고 봤더니, 시속 8km 이상으로 달리기 시작하니 저절로 들어갔다. 덕분에 차 옆면이 매끈하게 빠졌다. 고속주행에서 공기역학적으로 유리할 거란 사실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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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면 TFT 디스플레이를 적용한 계기반. 내비게이션도 표시된다

벨라의 운전석에 앉아 봤다. 역시 별난 모습에 약간 당황했다. 계기반 자리에는 TFT 디스플레이가 들어 앉아 있었고, 마땅히 자리에 있어야 할 버튼들이 눈에 띄질 않았다. 센터 콘솔에 놓인 변속 다이얼, 운전대에 달린 기둥식 레버를 제외하면 모두 다 편평한 터치 스크린이었다. 대시보드와 센터 콘솔 윗부분에 10인치짜리 터치스크린이 들어간다. '인컨트롤 터치 프로 듀오(InControl Touch Pro Duo)'라 부르는 건데, 마치 "미래의 자동차는 이런 식으로 흐를 거야"라고 말하고 있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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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단 터치 스크린으로는 오디오, 디스플레이 설정, 하단 터치 스크린으로는 시트, 공조, 주행 모드를 설정할 수 있다

사실 이렇게 버튼을 줄이는 게 안전을 위해서 좋긴 하다(울퉁불퉁 튀어나온 기계식 버튼은 사고 시 다칠 위험이 크다). 제한된 조작부 안에서 차와 운전자가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할 수 있는 형태란 점도 좋다. 마치 하나의 터치스크린만 있는 스마트폰으로 음악 듣고, 인터넷 하고, 게임하고, 메신저 하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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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 안쪽에는 다이아몬드 패턴이 새겨진 가죽과 유니언 잭(영국 국기)을 형상화한 스피커가 있다

여기까지다. 별나지만 칭찬할 만한 터치스크린을 뺀 나머지 인테리어는 확실히 좀 애매하다. 이보크처럼 통통 튀는 느낌도 아니고, 그렇다고 레인지로버처럼 고급스런 분위기를 풍기는 것도 아니다. 고급 소재와 영국 유니언 잭을 형상화한 스피커 등을 넣었지만 역시 애매하다. 스포티함과 고급스러움이 섞인 걸 원한다면 어쩌면 맞을 수도 있겠다. 

시승 코스가 고속 주행에 적합한 직선 주로인 탓에, 코너링이나 핸들링은 많이 시험해보지 못했다. 그래도 중속(70~90km/h)에서 살짝 운전대를 이리저리 꺾어봤다. 육중한 무게(공차중량 2,035kg)의 움직임 치고는 안정적이었다. 아무래도 바닥 높은 SUV이다 보니, 약간 허둥댈 법도 한데 그런거 없이 침착하게 움직였다. 랜드로버가 레인지로버 패밀리 모델에서 오래 갈고 닦은 에어 서스펜션 그리고 트랙션 컨트롤이 조용히 빛을 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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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이내믹, 에코, 오토 그리고 험로 지형별로 주행 모드를 설정할 수 있다

벨라는 고속으로 치고 나가는 것도 곧잘 해냈다. 시승차는 2리터 디젤 엔진이 들어간 D240 R Dynamic SE 모델로, 제일 낮은 출력과 회전력을 가졌는데도 부족한 점을 못 느낄 정도였다. 주행 모드를 '다이내믹'으로 설정하면 가속 시 최대 회전력을 일찍부터 뽑아냈다. 빠르게 추월할 때 쓰기 좋은 기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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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서 말했듯, 벨라는 재규어 F페이스와 뼈대를 공유하는 형제 모델이다. 엔진도 같은 걸 쓰는데 대신 F페이스보다 최고 출력이 60마력 더 높다. 부스터 압력과 열효율 개선으로 출력을 높인 것 같아 보인다. 엔진 성능을 제외한 나머지 수치는 거의 비슷하다. 승차감도 큰 차이 없고 오히려 F페이스는 실내에서부터 차의 정체성이 명확해 보여서 더 높은 점수를 줄 수 있겠다. 그런데 가격을 보면 랜드로버는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아 보이지 않는다. 2리터 디젤 엔진을 얹은 낮은 트림 기준으로 벨라가 2,650만원 더 비싸다. 출력이 좀 늘어났을 뿐인데 국산 중형차 한 대 값이 더 붙었다. 아무나 살 수 있는 차가 아니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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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MW X4, X6, 벤츠 GLE 쿠페, GLC 쿠페(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

다른 브랜도로 눈을 돌려보자. 벨라의 경쟁 상대로는 BMW X4, X6, 벤츠 GLC, GLE 쿠페, 포르쉐 마칸 등이 꼽힌다. 2리터 모델 기준으로 벨라가 X4, GLC 쿠페보다 2,530 ~ 2,840만원 더 비싸다. 3리터 모델 기준으로 봐도 벨라가 X6, GLE쿠페보다 840~1,410만원 더 비싸다. 레인지로버 '프리미엄'이 있다 해도, 더 낮은 값의 BMW, 벤츠를 뿌리치기에 벨라는 뭔가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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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볼보의 중형 SUV, XC90

2리터 SUV로는 요즘 한창 잘 나가는 볼보 XC90도 있다. XC90은 배기량, 출력, 연비 모두 벨라(D240 모델)와 비슷해서 스타일만 빼고 본다면 충분히 벨라의 라이벌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래도 1,820만원이라는 가격 차이(XC90 판매가 8,030만원) 탓에 소비자가 생각보다 빨리 비교를 끝낼 게 눈에 선하다.

해외 시장에서의 사정은 어떨까? 벨라의 미국 판매가격을 찾아봤다. D240이 57,195달러, 우리 돈 약 6,490만원에 팔리고 있었다. 동일한 모델인지 확실하진 않지만, 우리나라에선 가장 저렴한 모델이 9,850만원이다. '꽤' 많이 차이 난다. 간단히 말해 미국에선 가격 경쟁력까지 어느 정도 갖췄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아무나 사지 마시오"라고 말하는 것 같다. 위화감이 느껴질 정도의 가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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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준중형 SUV 쿠페, 이보크(위)와 레인지로버 스포츠

이쯤 되면 바로 아래 레인지로버 이보크나, 바로 위 레인지로버 스포츠가 생각나기 시작한다. 벨라의 가격은 사고 싶어지는 가격이 아니라, 다른 레인지로버 모델로 갈아타고 싶어지는 가격이다. 가격도 에누리 없이 이보크와 레인지로버 스포츠 사이에 딱 들어 맞는다.

벨라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SUV 쿠페 좋아하고 레인지로버 좋아하는 사람도 선뜻 발을 들이기 어려운 가격이다. 그러니 아무나 덤비지 마시길. 무엇보다도 '멋진 차' 타고 싶고, 벨라의 별난 스타일에 꽂힌 사람들만 살 수 있는 차다. 레인지로버 벨라가 내세우는 게 여럿 있지만, 적어도 '가격'은 아니다. 세상 어느 SUV보다 멋지다는 건 인정한다. 벨라의 스타일을 보고 식어가던 가슴이 다시 뜨거워지는 걸 경험했다. 커다란 스마트폰을 들여 놓은 듯, 깔끔한 인테리어도 아주 마음에 든다. 그런데 가격이 너무 별난 건 어찌할 수 없는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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