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미디어>즐겨찾기
copy : http://www.carmedia.co.kr/rtd/442247

벤2.jpg

【카미디어】 윤지수 기자 =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12월 어느 날, 벤츠의 플래그십 SUV GLS를 만났다. 처음엔 전혀 기대하지 않았다. 그저 거대한 덩치의 여유 넘치는 SUV 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날 이 차로 비 내리는 굽잇길을 그토록 빠르게 질주하게 될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다.

벤1.jpg
벤3.jpg

‘진짜 크다’ 이 차를 보고 머릿속을 스친 생각이다. 벤츠 시승 센터에서 만난 GLS는 크기로 주변을 압도했다. 옆에 있던 GLE도, E클래스도 GLS의 덩치 앞에선 기가 죽었다. 하긴 이 차는 레인지로버보다도 큰 SUV 계의 S클래스다. 길이가 5,130mm에 달하고, 휠베이스는 3m를 넘는, 무게 2,655kg의 거구다. GLS에 달리기 성능을 기대하지 않았던 이유다.

벤4.jpg

그런데 보닛 아래에 V형 8기통 엔진쯤은 품고 있을 것 같은 분위기다. 범퍼 양쪽에 거대한 공기흡입구 모양을 냈고, 21인치 AMG 스타일 휠을 신겼기 때문. 시승차는 GLS에 ‘AMG 스타일 패키지’가 더해진 차다. 3.0리터 디젤 엔진이 달린 차에 좀 과한 듯싶지만, 큰 차를 사뭇 날렵해 보이게 한다.

벤5.jpg

문을 열고 들어서면, 다소 실망할지도 모른다. SUV 계의 S클래스라며, 이름도 GL‘S’로 바꾸고 큰소리쳐놨지만, S클래스의 우아한 분위기는 없다. 마치 한세대 이전의 벤츠를 보는 것 같은 이유는, GLS가 지난 2012년 출시된 GL클래스의 부분변경 모델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대시보드를 가죽으로 꼼꼼히 감싸고, 곳곳에 최고급 소재를 넣어, 벤츠 기함 SUV의 자존심은 지켰다.

벤6.jpg 벤7.jpg

공간은 두말할 것 없이 넓다. 앞 좌석은 두 사람이 거만하게 팔을 벌리고 앉아도 될 만큼 넓고, 뒷좌석도 무릎 공간과 머리 공간 모두 나무랄 데 없다. 거대한 차체의 혜택이 실내에 녹아든 셈. 3열 시트는 여유롭진 않지만, 성인 남성 두 명이 무리 없이 앉을 수 있다. 3열의 너비가 제법 넓은 편이기 때문에, 2열에 세 명이 부대껴 앉느니, 3열에 두 명이 앉는 게 더 편할 수도 있겠다.
 
벤8.jpg
  ▲ GLS의 V형 6기통 3.0리터 엔진 258마력의 최고출력과 63.2kg.m의 최대토크를 낸다.

스타트 버튼을 눌러 시동을 걸자, 6기통 디젤 엔진이 굵은 숨을 내쉬며 깨어난다. V형 6기통 엔진답게 진동은 잔잔한 편이다. 겹겹이 쌓인 차음재 덕분에 실내에선 소리도 거의 안 들린다. 특히 변속기를 드라이브(D)로 바꿔도 중립(N) 상태의 고요함이 그대로 유지된다. 수많은 차들이 간과하는 사소한 부분이지만, 벤츠는 이마저도 완벽에 가깝게 마무리한 모습이다.

벤9.jpg

주차장을 나와 서서히 차체를 이끌자, 역시 움직임에 여유가 배어있다. 무려 3,075mm에 달하는 길쭉한 휠베이스로 도로를 누비며, 차분하게 충격을 거른다. 서스펜션은 마냥 부드럽지만은 않다. 생각보다 팽팽해, 큰 차체가 허둥대지 않게 잡아준다. 요철을 지나면, 뒤쪽 서스펜션이 딱 한 번 눌렸다 펴지면서 담백하게 충격을 흡수한다.

벤15.jpg

부드럽게 타면 이렇게 여유롭지만, 사실 이만큼 큰 SUV가 편한 건 당연하다. GLS의 진가는 달릴 때 드러난다. 2.6톤의 덩치가 무색하게 잽싸다. 가속페달에 힘을 주면, 살짝 멈칫했다가 최고출력 258마력, 최대토크 63.2kg.m의 성능을 뿜어낸다. <카미디어>가 측정한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 시간은 8초. 도로가 젖어있던 걸 감안하면, 상당히 빠른 수치다. 참고로 제원상 시속 100km까지 가속 시간은 7.8초다.

벤16.jpg

간단한 주행 후 비에 젖은 굽잇길에 접어들었다. 처음엔 빠르게 달릴 생각은 전혀 없었다. 노면이 젖은 탓도 있지만, GLS 같은 크고 무거운 차에 큰 기대를 걸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스포츠 모드’로 주행모드를 바꾸고 첫 코너에 진입했다.

벤13.jpg

부드럽게 속도를 줄이고 코너에 진입하는데, 예상외로 쏠림이 적다. 코너 바깥쪽 서스펜션에 무게가 실려 눌리는 듯하더니, 이내 팽팽하게 차체를 떠받친다. 덕분에 네 바퀴가 온전히 바닥을 붙잡고 돌아나간다. 기대치 않았던 몸놀림에, 다음 코너에선 진입 속도를 높였다. 역시 빠른 속도에서도 GLS는 허둥대지 않았다. 서스펜션이 쏠림을 효과적으로 제어하고, 골격이 든든하게 버텨낸다. 특히 좌우로 연속되는 코너에서 뒤쪽의 무게 이동이 재빠른 편이다. 달리는 중에는 마치 아래급 중형 SUV를 모는 것 같았다.

벤14.jpg

다만 젖은 노면 탓인지, 주행안정장치의 개입이 빨랐다. 서스펜션과 골격은 더 빠르게 달리라고 재촉하는데, 주행안정장치가 연신 속도를 줄여댄다. 스포츠 모드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주행안정장치를 껐더니, 역시 GLS는 더 빨리 달릴 수 있었다. 젖은 노면에서 약간의 언더스티어(관성 때문에 코너 바깥쪽으로 밀려나는 현상)를 허용했지만, 서스펜션이 항상 제자리를 지키고 있어 당황하지 않고 자세를 추스를 수 있다. 덕분에 비에 젖은 굽잇길을 맘껏 휘젓고 달릴 수 있었다.

벤10.jpg

든든한 서스펜션은 고속에서도 빛났다. 시속 200km에 가까운 고속에서도 GLS의 서스펜션은 든든하게 차체를 떠받친다. 갑작스러운 너울을 만나도 잠깐 휘청인 후 바로 자세를 다잡는다. ‘아우토반’에서 다져진 독일 차다운 모습이다. 다만 아쉬운 부분도 있다. 고속도로 주행 중 한 쪽 바퀴에 충격이 전해지면, 차체가 신경질적으로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키 큰 SUV에서 자주 느껴지는 현상이긴 하지만, ‘S클래스 SUV’라면 개선할 필요는 있어 보인다.

벤19.jpg
  ▲ 디스턴스 파일럿 디스트로닉을 켠 모습.

시승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엔 GLS의 첨단 주행 보조장치를 체험했다. GLS엔 앞차와의 간격을 조절하고 정지하는 크루즈 컨트롤 장치 ‘디스턴스 파일럿 디스트로닉’과 차선 가운데로 달릴 수 있게 돕는 ‘차선 유지 장치’가 달려있어, 고속도로에선 자율주행 차처럼 탈 수 있다. 다만 아직은 ‘보조’ 장치다. 낮엔 빗속에서도 문제없이 작동했지만, 밤엔 젖은 도로의 난반사 때문에 차선을 읽지 못하고 먹통이 되기도 했다. 

벤23.jpg

시승 중 연비는 리터당 9~10km 정도를 유지했다. 급가속과 급제동을 일삼은 다소 가혹한 시승 구간을 감안하면, 썩 괜찮은 연비가 나온 셈. 참고로 공인 연비는 리터당 9.5km(도심 8.6km/L 고속 10.8km/L)다.

벤21.jpg

GLS는 비 오는 굽잇길을 당차게 헤쳐 나갔다. 무게를 잊고 마치 중형 SUV처럼 날쌔게 달렸다. ‘크고 무거워서 느리고 허둥대겠지’라고 생각했던 기자를 비웃기라도 하듯 말이다. 대형 SUV의 여유로움을 오롯이 간직하고, 중형 SUV의 날렵함까지 욕심부린 모양새다. 크고 무거워도 역시 벤츠는 벤츠였다.

>>> 각각의 설명이 더해진 104장의 사진으로 엮은 '벤츠 GLS 350d 4매틱' 사진 모음

>>> 벤츠 GLS 350d 4매틱 급가속 영상


yjs@carmedia.co.kr
Copyrightⓒ 자동차전문매체 《카미디어》 www.carmedia.co.kr
List of Articles

E클래스 ‘반자율주행’ 써보니...운전대 놓으면 ‘자동정지’

  • 등록일: 2017-03-24

【카미디어】 고정식 기자 =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에 대해 더 말할 게 있을까? 이미 수많은 시승기가 나와 있고 지난해에만 2만 대가 넘게 팔린 차다. 전 세대가 포함된 숫자이긴 하지만 2016년에만 총 2만2,463대가 출고됐으니 2만2,463명이 일종의 ‘장기 시승’ 중이란 얘기다. 장점과 단점이 이미 알려질 대...

잘 익었다! 볼보 크로스컨트리

  • 등록일: 2017-03-22

【카미디어】 고정식 기자 = 어제 나온 크로스컨트리를 오늘 바로 타봤다. 예상대로 잘 만들었다. 전 세계 자동차 회사 중 가장 터프한 왜건을 만들었던 회사답다. 20년 동안 든든한 왜건(형 SUV) 만들던 노하우로, 맛있고 푸짐하게 잘 익은 '크로스컨트리'를 만들었다. 운전대를 잡고 있으면 군침이 고일 정도로...

신형 크루즈, 주행 테스트 직접 해보니...

  • 등록일: 2017-03-22

【카미디어】 고정식 기자 = 오늘 시승기는 이전과 많이 다르다. 어쩌면 테스트 후기, 혹은 테스트에 대한 부연 설명 정도로 보면 되겠다. 그래서 "앉아 보니 부드럽다", "돌려보니 잘 돌더라"는 식의 '느낌' 얘기는 거의 없다. 대신 "초시계로 쟀더니 이렇게 나왔는데, 이 정도 수치면 이러저러한 수준"이라는...

벤츠 AMG S63 카브리올레의 ‘초과 달성’’

  • 등록일: 2017-03-15

【니스(프랑스)=카미디어】 장진택 기자 = 프랑스 남부, 니스 일대에서 메르세데스-AMG S63 카브리올레를 시승했다. 전반적인 느낌은 한 마디로 “말해 뭐해”다. 이 차는 그저 S클래스의 지붕을 걷어낸 게 아니다. 세상에서 가장 고급스러운 4인승 카브리올레를 목표로 만들어졌다. 목표 달성을 쿠페 모델과 같은 무...

모든 삶은 고귀하다, 볼보 S90 D4 모멘텀

  • 등록일: 2017-03-10

【카미디어】 고정식 기자 = 세상에 고귀하지 않은 삶은 없다. 물론 사사로운 감정에 이끌려 "있다"고 대답하는 이도 있을 거다. 하지만 아니다. 생명의 가치는 훼손되거나 차별돼선 안 된다. 볼보도 이에 동의하는 것 같다. 어떤 생명도 가벼이 여기지 않으니 돈으로 안전을 차별하지 않았을 거다. 볼보는 가장 ...

’눈’이 즐거운 MPV, 시트로엥 그랜드 C4 피카소

  • 등록일: 2017-03-09

【카미디어】 윤지수 기자 = 시승한 지 일주일이 지났건만, 아직도 여운이 가시지 않았다. 이 차를 만난 후, 어떤 차를 타도 “답답하다”는 생각부터 먼저 든다. 꽉 막힌 천장엔 푸르른 하늘도 없고, 빛나는 야경도 없다. 그리고 낭만도 없다. 그랜드 C4 피카소는 운전대를 잡고 떠다니는 구름도 셀 수 있는 데 말이다. ...

북기은상 CK 미니트럭, 포터-라보와 비교하면?

  • 등록일: 2017-02-27

【카미디어】 윤지수 기자 = CK 미니트럭은 틈새시장을 공략했다. 최대적재량은 800kg. 한국지엠 라보보다 250kg을 더 싣고, 현대 포터보다 200kg을 덜 싣는다. 가격도 1,085만원으로 라보보다 비싸고 포터보다 싸다. 라보는 부족하고 포터는 넘치는 소비자라면 고려해볼 만한 대상인 셈. 라보와 포터를 탔던 기억을 되...

“잘 만들었다”, BMW 신형 5시리즈

  • 등록일: 2017-02-23

【카미디어】 장진택 기자 = 신형 5시리즈를 시승했다. 시승 느낌을 한 마디로 풀면 “잘 만들었다”다. 두 마디로 풀자면 “잘 만들었다. 망설이지 않고 사면 된다”고, 세 마디로 풀면 “잘 만들었고, 반자율주행까지 기본이니, 망설이지 말고 사라”다. 아래는 신형 5시리즈의 신차발표회를 취재하고 3시간 가량 시승한 15분 ...

서킷에서 만난 ‘안전’, 볼보 S60 폴스타

  • 등록일: 2017-02-23

【카미디어】 윤지수 기자 = 서킷 주행은 한 마디로 '한계 체험'이다. 모두가 미끄러지기 일보 직전까지 몰아붙이며 날을 세운다. 차가 버틸 수 있는 가장 빠른 속도로 코너를 돌아나가는 셈인데, 여기서 조금만 욕심을 내면, 앞이나 뒤가 미끄러지기도 한다. 즉 ‘안전’과는 동떨어진 영역이다. 그런데 볼보는 서킷에서...

호방하지만 괜찮아! 북기은상 켄보 600

  • 등록일: 2017-02-17

【카미디어】 윤지수 기자 = ‘호방하다’는 건, 작은 일에 거리낌 없이 대범하다는 뜻이다. 켄보 600은 호방했다. 속 시원한 가격과 널찍한 차체는 대범했고, 마무리나 소재엔 거리낌이 없었다. ‘디테일’에 주목하는 우리나라나 일본의 ‘세심함’과는 다른 자세다. 그 차이를 <카미디어> 장진택 기자가 아래 영상으로 설명...

티내지 않는 매력, 혼다 어코드 하이브리드

  • 등록일: 2017-02-17

【카미디어】 고정식 기자 = 속을 뻔했다. 도심 연비가 리터당 19.5km나 된다고 해서 높은 효율만 기대했는데 아니었다. 잘 달린다. 가속감이 발군이다. 동급 하이브리드 모델 중 가장 시원한 가속 성능을 보여준다. 그런데 그 보다 먼저 속을 뻔했던 건 외모다. 처음 보고선 하이브리드 모델이...

유럽을 위한 유럽에 의한 SUV, 포드 쿠가

  • 등록일: 2017-02-16

【카미디어】 윤지수 기자 = 쿠가의 미국적 특징은 단 하나, 포드 엠블렘 뿐이다. 이것만 떼면 이 차는 완벽한 유럽 차다. 단아한 생김새, 꾸밈없는 실내, 탄탄한 주행감까지, 이 차는 유럽차의 성격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유럽 색채가 짙은 이유는 간단하다. 유럽 포드가 개발하고, 유럽 포드가 생산하는 유럽 SUV이기...

푸조 2008 SUV, 이름에 'SUV' 넣은 이유는?

  • 등록일: 2017-02-14

【카미디어】 고정식 기자 = 자동차 이름에 SUV가 붙은 걸 본 적이 있었나? 수식어 쓴 적은 많지만, 차 이름에 SUV를 쓰는 건 흔치 않다. 그래서 2008의 바뀐 이름, '2008 SUV'가 신기하게 들렸는지 모른다. 안 그대도 수입차 대표 소형 SUV인데, 굳이 이름에 SUV를 올렸다. 왜 그랬을까? 누가 SUV 아니라고 했...

쉐보레 신형 크루즈의 '잘잘못'

  • 등록일: 2017-02-09

【카미디어】 장진택 기자 = 잘잘못을 가릴 필요가 있다. 쉐보레 신형 크루즈는 잘 달리지만, 편의장치에 인색한 건 잘못했다. 분명 잘 만든 차인데, 제대로 완성하지 못한 느낌이다. 든든한 골격에 팽팽한 서스펜션, 힘차고 꼼꼼한 파워트레인도 좋지만, 앞좌석 통풍시트, 뒷좌석 열선, 뒷좌석 송풍구, 제논헤드램...

기아 신형 모닝, ‘급가속’이 아쉬워!

  • 등록일: 2017-02-07

【카미디어】 장진택 기자 = 기아 신형 모닝을 시승했다. 아쉬운 부분이 보이긴 하지만, ‘경차’라는 걸 생각하면 전반적으로 잘 만들었다. 깔끔하고 단정하게 잘 만들었고, 편의장치나 안전장치도 기대 이상이다. ‘경차’라는 크기 제한에도 불구하고 실내 공간까지 잘 뽑아냈지만, ‘엔진 파워’가 덜미를 잡는다. 998c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