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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미디어】 장진택 기자 = 오케이, 당신 말이 맞다. 마세라티 르반떼보다 힘센 SUV는 여럿 있다. 르반떼보다 빠른 SUV도 여럿 보인다. 하지만 흙 위에 구불구불한 서킷이 그려져 있다고 상상해 보자. 양산차들이 이 진흙 서킷에서 승부를 겨룬다. 누가 가장 빠를까? 벤틀리 벤테이가, BMW X6, 메르세데스-벤츠 GLE 쿠페, 포르쉐 카이엔 사이에서 마세라티 르반떼가 치고 나간다. 르반떼는 이런 차다 스포츠카와 스포츠 세단만 만들던 마세라티가 감춰둔 실력을 끌어 모아 만든 SUV다. 흙 위에 서킷을 그려 누비고 싶을 정도로, 비포장 질주 실력이 일품이다. 아래는 비포장길을 주름잡는 마세라티 르반떼의 시승 영상이다.



겉모습
피아트와 크라이슬러가 합병하면서 르반떼 프로젝트가 본격 가동됐다. 스포츠카와 스포츠 세단만 만들던 마라세티는 크라이슬러 산하 사륜구동차 전문 브랜드인 지프의 보닛을 열어보기 시작했다. 튼튼한 골격과 든든한 사륜구동 기술을 모두 가졌으니, 금새 SUV가 한 대 만들어질 것 같았다. 하지만 그들이 뜯어 보던 지프 그랜드체로키의 골격은 (든든하긴 했지만) 좀처럼 다이내믹하지 않았다. 그래서 다시 고민했고 다시 골격부터 찾았다. 그렇게 찾은 차가 마세라티 기블리다. 기블리 정도는 돼야 마세라티만의 다이내미즘을 살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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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륜구동 스포츠 세단, 기블리의 골격을 만든 르반떼에서는 후륜구동 자동차만의 늘씬한 비율이 돋보인다. 긴 보닛과 짧은 앞 범퍼. 활 시위를 뒤로 당긴 것처럼 모든 무게 중심이 뒷바퀴에 실려 있다. 긴 보닛 옆에는 마세라티만의 ‘구멍 세 개’가 뚫려 있고, 마세라티만의 삼지창과 마세라티만의 날렵한 헤드램프, 테일램프가 각 모서리에 박혀 있다. 기블리의 골격을 물려 받은 르반떼는 SUV 최초로 프레임리스 도어를 붙이기도 했다. 프레임이 따로 없이 시원하게 열리는 쿠페형 유리창이다. SUV는 보통 골격이 튼튼해야 하기 때문에 프레임 없는 도어를 붙이지 않는다. 이것만 봐도 르반떼는 충분히 마세라티적이다. 1914년부터 지금까지 빠른 차만 만들던 마세라티답다.


속모습
인테리어는 딱히 할 말이 없다. 밖에서 받았던 감동이 문을 열면서 모호하게 굳어지는 느낌이다. 좋은 소재로 구석구석 감싸긴 했지만, 감동이 밀려오는 구석은 없다. 오래된 나무 무늬를 잘 살린 것, 알루미늄 패들 시프트가 든든한 것, 대시보드 위애 명품 시계 비슷한 것을 올려 놓은 것 등이 눈에 띄지만, 거기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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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세라티는 첨단을 달리는 자동차 회사는 아니다. 첨단 기술을 주물럭거리는 걸로 따지자면 현대-기아차보다 수가 낮아 보인다. 현대-기아차는 첨단 기술을 향해 질주하고 있지만, 마세라티는 그런 경쟁을 다소 하찮게 보는 눈치다. 마치 “우리는 100년 넘게 차를 만들어 왔어”라고 뻐기는 느낌이다. 첨단 기술 따위는 그렇고 그런 외주 회사에 맡기고, 꼼꼼하게 감독하지도 않은 듯한 느낌이다. 내비게이션에서 쉼표 없는 로보트 목소리가 나오고, 계기반에는 ‘스포츠 현탁액 모드’라는 한글이 뜬다. 이런 게 마세라티의 약점이기도 하지만, 어떤 이들은 이걸 마세라티의 매력으로 추켜세우기도 한다.


달리는 느낌
1914년부터 빠르게 달리는 자동차를 만든 회사답다. SUV를 처음 만들면서 그 정신 그대로 닦고 다듬었다. 바닥이 높은 SUV인데도 주행감이 스포츠 세단에 뒤지지 않는다. 서스펜션은 말랑거리는 듯하면서도 진중하게 차체를 잡는다. 잔진동을 잘 잡고, 큰 기울어짐은 허용하지 않는다. 급 브레이크를 밟은 때 앞으로 쏠리지 않고, 격하게 운전대를 돌려도 휘청거리지 않는다. 서킷에서 단련된 마세라티만의 노하우가 새록새록 피어 오른다. 스포츠 모드로 넣으면 서스펜션이 팽팽하게 굳어 버리는 느낌이다. 슬라롬 통과 속도가 대략 10km.h는 향상되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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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은 굳이 말할 것도 없다. 기블리의 골격으로 만든 SUV다. 고속에서 휘청거리는 SUV가 나올 수 없는 세팅이다. 디젤 엔진이 들어가 있지만, 배기사운드도 제법이다. 디젤엔진은 보통 소리 줄이기에만 몰두하는데, 마세라티는 소리를 줄인 후에 웅얼웅얼 거리는 저음만 다시 끄집어 냈다. 디젤엔진에서도 배기 사운드를 즐길 수 있다는 게 뜻하지 않은 선물을 받은 것처럼 뿌듯하다. 웅얼웅얼 거리는 배기파이프를 보고 있으면 와락 끌어안고 싶은 정도다.


놓치면 안 되는 특징
르반떼의 사륜구동 장치는 후륜구동 기반이다. 평소에는 뒷바퀴에 모든 힘을 보내서 후륜구동 차처럼 질주한다. 앞바퀴는 비포장길이나 빗길, 눈길 등에서 차가 미끄러질 것 같을 때 최대 50%의 파워을 받아 힘차게 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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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들링은 다분이 ‘후륜구동적’이다. 좀처럼 ‘언더 스티어(운전대 돌리는 것보다 앞 부분이 덜 꺾이는 현상, 답답한 핸들링의 원인)’가 생기지 않는다. 운전대를 돌리고 가속패달을 밟으면 엉덩이가 바깥쪽으로 빠지면서 자꾸 장난을 건다. 운전대를 반대로 돌려 ‘드리프트’ 한 번 해 보라는 얘기다. 디젤엔진 달린 SUV에서 이런 기분을 느끼기는 게 참 생소하다가, 운전대 가운데 붙은 삼지창 앰블렘을 보고 ‘카운터 스티어’를 한다. “우와! 내가 SUV로 드리프트를 하다니!” 느낌표를 열 다섯 개 붙이고 싶었지만, 글의 품위 유지를 위해 참는다. 르반떼는 아주 별난 SUV다. SUV의 탈을 쓴 스포츠카다. 그래서 자꾸 진흙 위에 구불구불한 서킷을 그려 하루 종일 잡아 돌리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등산복처럼 보여서 입었는데, 스키니진보다 몸매가 드러나는 느낌이랄까? 등산화인줄 알았는데, 클럽에 신고가고 싶을 정도로 섹시한 느낌이다.


기억해야 할 숫자
르반떼의 가격은 1억1천만원부터인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상은 약간 다르다. 1억1천만원 짜리 르반떼는 아무 것도 달려 있지 않은 ‘깡통’ 르반떼로, 우리나라에는 웬만해선 들어오지 않는다. 굳이 이 ‘깡통’을 사겠다면 주문 후 6개월 정도 기다려 받을 수 있을 거다. 우리나라에서 르반떼는 1억2천250만원부터 시작한다. 기본적으로 3리터 디젤엔진에 19인지 휠, 파노라마 선루프와 바이제논 헤드램프, 하만카돈 오디오, 차선이탈 경보, 사각지대 경보 장치 등이 들어가 있다. 여기서 800만원을 더하면 1열에 통풍시트와 2열 창문에 커튼(블라인드) 등을 붙인 디젤 럭셔리 모델로 올라간다. 시승 영상에 나온 진회색 르반떼가 디젤 럭셔리 모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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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셔리 모델에 250만원을 더하면 1인치 큰 20인치 휠에 스포츠 시트와 탄소섬유 장식, 스포츠 스포일러 등이 더해진 ‘스포츠’ 모델로 업그레이드 된다. 르반떼는 3리터 디젤 엔진 외에 3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으로 350마력을 내는 르반떼 350, 그리고 같은 엔진으로 430마력을 내는 르반떼S가 있다. 르반떼 중 가장 비싼 모델인 르반떼S 스포츠 모델은 21인치 휠과 어댑티브 크루즈콘트롤, 서라운드 뷰 카메라 등이 더해지며, 가격은 1억6천830만원이나 한다.


>>> 마세라티 르반떼 디젤(3리터 V6)의 급가속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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