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미디어>즐겨찾기
copy : http://www.carmedia.co.kr/rtd/415585

제네1.jpg

【카미디어】 윤지수 기자 = ‘스포츠’라는 이름에 마음이 설렜다. G80 스포츠. 고성능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이름이다. 먼저 나온 ‘스포츠’, 아반떼 스포츠가 멋진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에 더 기대가 컸을 터다. 하지만 큰 기대는 이내 큰 실망으로 바뀌었다. G80 ‘스포츠’의 이름표는 너무 거창했다.

제네8.jpg 제네9.jpg

일단 겉모습은 ‘스포츠’답다. 큼직한 격자형 그릴을 달고 사납게 바뀐 앞모습은 제법 고성능 인상을 풍긴다. 후륜구동 특유의 역동적인 비율과도 잘 어울린다. 젊은 청년이 타면 ‘아빠차’ 탄 것처럼 어색했던 G80과 달리 G80 스포츠는 ‘성공한 청년의 차’로 보일 것 같다.

제네10.jpg 제네11.jpg

실내에서도 이런 분위기는 이어진다. 편안해 보이는 나무 장식을 들어내고, 탄소섬유(카본) 장식과 알루미늄 장식, 그리고 어두운 갈색으로 포인트를 넣어 ‘스포티’한 분위기를 냈다. 게다가 크기(직경)를 줄인 ‘3-스포크’ 운전대는 실내를 더욱 활기차게 만든다. 다만, 동반석 쪽 대시보드에 붙은 큼직한 탄소섬유 장식은 표면이 ‘우글우글’거려서 완성도가 낮아 보인다.

제네12.jpg
  ▲ V형 6기통 3.3리터 터보 엔진. 370마력의 최고출력과 52.0kg.m의 최대토크를 낸다.

운전석에 앉아 시동을 켰다. 역시 제네시스다. 꼼꼼하게 방음 처리된 실내는 조용하고, 시트는 몸에 꼭 맞춘 것처럼 편안하다. 370마력의 강력한 출력을 내는 V형 6기통 3.3리터 터보 엔진도 공회전 땐 존재감이 없었다.

제네2.jpg

서서히 가속페달에 힘을 주자 2톤의 거구가 부드럽게 움직인다. ‘스포츠’라서 승차감이 다소 팽팽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예상외로 유연하다. 낭창낭창한 서스펜션은 차분하게 노면의 충격을 거르고, 겹겹이 쌓인 방음재는 바닥 소음을 차단한다. 저속 승차감은 일반 G80과 같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편안하다.

제네15.jpg

“실력 좀 볼까” ‘스포츠’의 성능을 파악하기 위해 가속페달을 힘껏 밟았다. 변속기가 재빨리 저단 기어를 물리고, 엔진이 52.0kg.m의 강력한 토크를 뿜어낸다. <카미디어>가 측정한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걸리는 시간은 단 5.8초. 스포츠 세단으로는 충분한 성능이다. 게다가 높은 rpm에서의 엔진 소리도 카랑카랑 갈리지는 게 제법 호쾌하다.

제네16.jpg

그런데 속도가 올라가면서 온몸이 긴장된다. 운전대를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가고, 목은 뻣뻣하게 굳었다. 한마디로 불안하다. 스포츠 모드에선 서스펜션이 팽팽하게 조여질 것으로 예상했지만, 여전히 물렀다. 운전대도 살짝 무거워지긴 했지만, 여전히 가볍다. 차가 떨거나 한쪽으로 쏠리는 등의 문제는 없다. 다만 무른 서스펜션 때문에 갑작스러운 상황에 대처할 자신이 없다. 무언가 튀어나와서 운전대를 돌렸다간 그대로 중심을 잃어버릴 것 같다. 그래서 불안하다.

제네18.jpg
  ▲ G80 스포츠의 브레이크. '제네시스'라고 적힌 게 특징이다. 

제동할 때도 마찬가지다. 시속 150km 이상의 속도에서 급제동했더니 차가 좌우로 거칠게 휘청인다. 시속 70km까지 속도를 줄이다가 이대로 한 쪽으로 돌아버릴 것 같아서 재빨리 브레이크에서 발을 땠다. 브레이크 시스템의 제동력은 우수했지만, 균형은 엉망이었다.

제네14.jpg

넓은 도로를 빠져나와 고갯길로 접어들었다. G80 스포츠의 코너링 성능과 움직임을 ‘체크’할 차례다. ‘스포츠’라는 이름을 믿고 자신 있게 굽잇길에 진입했다. 앞쪽에 무게가 실리며, 묵직하게 방향을 틀고 뒤쪽이 따라 올려는 찰나, 별안간 뒤가 바깥쪽으로 흐른다. 예상치 못했던 움직임이다. 일반 승용차도 충분히 돌아나갈 수 있는 속도였고, 회전 중엔 가속페달도, 브레이크 페달도 밟지 않았다. 미끄러질 이유가 없었다. 이 정도는 기자가 예전에 탔던 ‘그랜저 XG(17인치 2.0 수동)’도 가뿐하게 돌아 나갈만한 수준이었다. ‘스포츠’라는 이름이 아까웠다.

제네17.jpg

이어지는 굽잇길에서도 ‘실망’은 이어졌다. 좌우 연속으로 굽이진 길에 접어들자, 중심을 잡지 못하고 허둥댄다. 최근 타본 시승차 중 이렇게 허둥대는 차는 처음이다. 2톤이 넘는 무게와 헐렁한 서스펜션 때문에 무게 이동이 너무 둔하다. 게다가 고급차용 타이어도 2톤의 무게 이동을 견디질 못한다. 뒤쪽에 두께가 275mm나 되는 타이어를 넣었는데도, 땅을 제대로 움켜쥐질 못했다.  

제네13.jpg
제네19.jpg
  ▲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과 조향 보조장치를 켰을 때 'HUD' 모습

몇 번의 아찔한 경험을 하고 나서 ‘밟고’ 싶은 마음이 싹 사라졌다. 그래서 시승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엔 주행모드를 ‘컴포트’로 바꾸고 서서히 운전했다. 역시 승차감 하나는 더할 나위 없이 좋다. G80처럼 ‘물 흐르듯’이 미끄러진다.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기능과 조향 보조장치를 켜면 맘 편하게 자율주행차처럼 탈 수도 있다. 덕분에 편안하게 돌아왔다. 그런데 이렇게 탈 거면 G80을 놔두고 이 차를 왜 타는 걸까. 참고로 조용히 돌아올 때의 연비는 리터당 8.4km였다.

제네5.jpg
  ▲ G80 스포츠의 가격은 6,650만원이며, 풀-옵션인 시승차의 가격은 7,700만원이다.

G80 스포츠는 ‘스포츠’라는 이름을 달기엔 너무 소심했다. ‘고성능’을 위해 ‘편안함’을 약간이라도 희생했어야 하는데, 편안함을 전혀 포기하지 않았다. 그래서 G80보다 약간 ‘스포티’할 뿐, 여전히 지루하다. 여전히 편안하고 느긋하게 타는 차다. 이럴 거면 ‘스포츠’라는 이름을 왜 붙였나 싶다. 거창한 이름표 때문에 괜히 실망만 커졌다.

>>> 각각의 설명이 더해진 62장의 사진으로 엮은 '제네시스 G80 스포츠' 사진 모음


yjs@carmedia.co.kr
Copyrightⓒ 자동차전문매체 《카미디어》 www.carmedia.co.kr
List of Articles

“잘 만들었다”, BMW 신형 5시리즈

  • 등록일: 2017-02-23

【카미디어】 장진택 기자 = 신형 5시리즈를 시승했다. 시승 느낌을 한 마디로 풀면 “잘 만들었다”다. 두 마디로 풀자면 “잘 만들었다. 망설이지 않고 사면 된다”고, 세 마디로 풀면 “잘 만들었고, 반자율주행까지 기본이니, 망설이지 말고 사라”다. 아래는 신형 5시리즈의 신차발표회를 취재하고 3시간 가량 시승한 15분 ...

서킷에서 만난 ‘안전’, 볼보 S60 폴스타

  • 등록일: 2017-02-23

【카미디어】 윤지수 기자 = 서킷 주행은 한 마디로 '한계 체험'이다. 모두가 미끄러지기 일보 직전까지 몰아붙이며 날을 세운다. 차가 버틸 수 있는 가장 빠른 속도로 코너를 돌아나가는 셈인데, 여기서 조금만 욕심을 내면, 앞이나 뒤가 미끄러지기도 한다. 즉 ‘안전’과는 동떨어진 영역이다. 그런데 볼보는 서킷에서...

호방하지만 괜찮아! 북기은상 켄보 600

  • 등록일: 2017-02-17

【카미디어】 윤지수 기자 = ‘호방하다’는 건, 작은 일에 거리낌 없이 대범하다는 뜻이다. 켄보 600은 호방했다. 속 시원한 가격과 널찍한 차체는 대범했고, 마무리나 소재엔 거리낌이 없었다. ‘디테일’에 주목하는 우리나라나 일본의 ‘세심함’과는 다른 자세다. 그 차이를 <카미디어> 장진택 기자가 아래 영상으로 설명...

티내지 않는 매력, 혼다 어코드 하이브리드

  • 등록일: 2017-02-17

【카미디어】 고정식 기자 = 속을 뻔했다. 도심 연비가 리터당 19.5km나 된다고 해서 높은 효율만 기대했는데 아니었다. 잘 달린다. 가속감이 발군이다. 동급 하이브리드 모델 중 가장 시원한 가속 성능을 보여준다. 그런데 그 보다 먼저 속을 뻔했던 건 외모다. 처음 보고선 하이브리드 모델이...

유럽을 위한 유럽에 의한 SUV, 포드 쿠가

  • 등록일: 2017-02-16

【카미디어】 윤지수 기자 = 쿠가의 미국적 특징은 단 하나, 포드 엠블렘 뿐이다. 이것만 떼면 이 차는 완벽한 유럽 차다. 단아한 생김새, 꾸밈없는 실내, 탄탄한 주행감까지, 이 차는 유럽차의 성격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유럽 색채가 짙은 이유는 간단하다. 유럽 포드가 개발하고, 유럽 포드가 생산하는 유럽 SUV이기...

푸조 2008 SUV, 이름에 'SUV' 넣은 이유는?

  • 등록일: 2017-02-14

【카미디어】 고정식 기자 = 자동차 이름에 SUV가 붙은 걸 본 적이 있었나? 수식어 쓴 적은 많지만, 차 이름에 SUV를 쓰는 건 흔치 않다. 그래서 2008의 바뀐 이름, '2008 SUV'가 신기하게 들렸는지 모른다. 안 그대도 수입차 대표 소형 SUV인데, 굳이 이름에 SUV를 올렸다. 왜 그랬을까? 누가 SUV 아니라고 했...

쉐보레 신형 크루즈의 '잘잘못'

  • 등록일: 2017-02-09

【카미디어】 장진택 기자 = 잘잘못을 가릴 필요가 있다. 쉐보레 신형 크루즈는 잘 달리지만, 편의장치에 인색한 건 잘못했다. 분명 잘 만든 차인데, 제대로 완성하지 못한 느낌이다. 든든한 골격에 팽팽한 서스펜션, 힘차고 꼼꼼한 파워트레인도 좋지만, 앞좌석 통풍시트, 뒷좌석 열선, 뒷좌석 송풍구, 제논헤드램...

기아 신형 모닝, ‘급가속’이 아쉬워!

  • 등록일: 2017-02-07

【카미디어】 장진택 기자 = 기아 신형 모닝을 시승했다. 아쉬운 부분이 보이긴 하지만, ‘경차’라는 걸 생각하면 전반적으로 잘 만들었다. 깔끔하고 단정하게 잘 만들었고, 편의장치나 안전장치도 기대 이상이다. ‘경차’라는 크기 제한에도 불구하고 실내 공간까지 잘 뽑아냈지만, ‘엔진 파워’가 덜미를 잡는다. 998cc...

운전을 ‘오락’으로, BMW M2

  • 등록일: 2017-02-02

【카미디어】 윤지수 기자 = 일단 사과부터 해야 할 것 같다. M2를 시승하는 이틀간 도로를 우렁차게 누비고 다녔다. 운전하는 동안은 신났지만, 밖에서 볼 땐 쩌렁쩌렁한 배기음과 약삭빠른 움직임이 ‘폭주족’처럼 꼴불견이었을 게 분명하다. 다만 이해는 해주길 바란다. 이 차를 타고 달리지 않는 건, 생일날 생일 아...

기대를 추월한 매력, 재규어 F-페이스

  • 등록일: 2017-02-01

【카미디어】 고정식 기자 = “허허, 재규어의 SUV라….” 포르쉐와 벤틀리도 SUV를 만들고 람보르기니와 롤스로이스도 SUV를 만들려 하는 마당에, 재규어가 SUV를 만들었다고 어색해서 하는 말은 아니다. 누구보다 레이싱 전통을 자랑스러워하고 순수한 주행 쾌감을 추구하는 재규어라서, 지구에서 SUV를 가장 잘 ...

2.4톤짜리 '경쾌함', 메르세데스-벤츠 GLE 쿠페

  • 등록일: 2017-01-31

【카미디어】 윤지수 기자 = 자존심 상했겠지만, 벤츠는 BMW의 성공을 인정한 꼴이 됐다. ‘SUV+쿠페’라는 새 장르를 개척한 X6의 뒤를 따랐기 때문. 벤츠는 GLE 쿠페를 통해 X6 시장에 도전장을 던졌다. 다만, 마냥 뒤따르기만 하진 않았다. 벤츠만의 방식으로 쿠페형 SUV의 또 다른 매력을 제시했다. SUV의 여유로운 감...

추위까지 잊은 낭만, 레인지로버 이보크 컨버터블

  • 등록일: 2017-01-25

【카미디어】 윤지수 기자 = 처음엔 두 귀를 의심했다. 눈이 펑펑 내린 후, 곳곳에 한파경보까지 내려진 요즘, 오픈카를 시승하라니 어이가 없었다. 하지만 어이없는 상황은 현실이 됐고, 혹독하게 추웠던 지난날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이보크 컨버터블을 만났다. 덕분에 눈 위를 오픈카로 달리는 기가 막힌 ‘호사’를 누...

마성의 이탈리아 신사, 마세라티 르반떼 S

  • 등록일: 2017-01-25

【카미디어】 고정식 기자 = 마세라티 르반떼 S는 이탈리아 신사다. 일견 멋쟁이다. 실내도 무척 신사적이다. 붉은 가죽 사이로 고급 신사복 원단을 깔아 한껏 멋을 부렸다. 약간의 허세도 있다. V6 트윈터보 가솔린 엔진으로 마치 V8 엔진 같은 배기음을 내려고 한다. 물론 V8 엔진 보다 조금 약하고 자연흡기보...

'5세대' 쌍용 코란도C 타봤더니..."싱거운 진화"

  • 등록일: 2017-01-17

【카미디어】 고정식 기자 = 신형 코란도 C는 5세대라는 게 쌍용차의 주장이다. 솔직히 이걸 세대변경이라고 봐야할 지는 모르겠다. 일반적으로 부분변경이라 변역하는 페이스 리프트(Face Lift)에는 외관을 좀 더 보기 좋게 수정한다는 뜻이 담겨 있다. 신형 코란도 C의 변화가 딱 그 정도다, 일반적인 부분변...

캐딜락 CT6 VS 제네시스 EQ900, ‘비교체험 극과 극’

  • 등록일: 2017-01-11

【카미디어】 윤지수 기자 = ‘비교시승’이란 건 비슷한 차들끼리 하는 거다. 캐딜락 CT6와 제네시스 EQ900은 가격으로 보나 제원으로 보나 비슷하다. 그런데 막상 붙여보니, 결과는 완전 ‘딴판’이었다. 두 차는 비슷한 급의 차가 어떻게 다를 수 있는지, 그 ‘끝’을 보여줬다. 그 차이를 장진택 기자가 아래 22분짜리 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