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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미디어】 윤지수 기자 = ‘스포츠’라는 이름에 마음이 설렜다. G80 스포츠. 고성능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이름이다. 먼저 나온 ‘스포츠’, 아반떼 스포츠가 멋진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에 더 기대가 컸을 터다. 하지만 큰 기대는 이내 큰 실망으로 바뀌었다. G80 ‘스포츠’의 이름표는 너무 거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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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겉모습은 ‘스포츠’답다. 큼직한 격자형 그릴을 달고 사납게 바뀐 앞모습은 제법 고성능 인상을 풍긴다. 후륜구동 특유의 역동적인 비율과도 잘 어울린다. 젊은 청년이 타면 ‘아빠차’ 탄 것처럼 어색했던 G80과 달리 G80 스포츠는 ‘성공한 청년의 차’로 보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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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에서도 이런 분위기는 이어진다. 편안해 보이는 나무 장식을 들어내고, 탄소섬유(카본) 장식과 알루미늄 장식, 그리고 어두운 갈색으로 포인트를 넣어 ‘스포티’한 분위기를 냈다. 게다가 크기(직경)를 줄인 ‘3-스포크’ 운전대는 실내를 더욱 활기차게 만든다. 다만, 동반석 쪽 대시보드에 붙은 큼직한 탄소섬유 장식은 표면이 ‘우글우글’거려서 완성도가 낮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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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V형 6기통 3.3리터 터보 엔진. 370마력의 최고출력과 52.0kg.m의 최대토크를 낸다.

운전석에 앉아 시동을 켰다. 역시 제네시스다. 꼼꼼하게 방음 처리된 실내는 조용하고, 시트는 몸에 꼭 맞춘 것처럼 편안하다. 370마력의 강력한 출력을 내는 V형 6기통 3.3리터 터보 엔진도 공회전 땐 존재감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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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서히 가속페달에 힘을 주자 2톤의 거구가 부드럽게 움직인다. ‘스포츠’라서 승차감이 다소 팽팽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예상외로 유연하다. 낭창낭창한 서스펜션은 차분하게 노면의 충격을 거르고, 겹겹이 쌓인 방음재는 바닥 소음을 차단한다. 저속 승차감은 일반 G80과 같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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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력 좀 볼까” ‘스포츠’의 성능을 파악하기 위해 가속페달을 힘껏 밟았다. 변속기가 재빨리 저단 기어를 물리고, 엔진이 52.0kg.m의 강력한 토크를 뿜어낸다. <카미디어>가 측정한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걸리는 시간은 단 5.8초. 스포츠 세단으로는 충분한 성능이다. 게다가 높은 rpm에서의 엔진 소리도 카랑카랑 갈리지는 게 제법 호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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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속도가 올라가면서 온몸이 긴장된다. 운전대를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가고, 목은 뻣뻣하게 굳었다. 한마디로 불안하다. 스포츠 모드에선 서스펜션이 팽팽하게 조여질 것으로 예상했지만, 여전히 물렀다. 운전대도 살짝 무거워지긴 했지만, 여전히 가볍다. 차가 떨거나 한쪽으로 쏠리는 등의 문제는 없다. 다만 무른 서스펜션 때문에 갑작스러운 상황에 대처할 자신이 없다. 무언가 튀어나와서 운전대를 돌렸다간 그대로 중심을 잃어버릴 것 같다. 그래서 불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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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G80 스포츠의 브레이크. '제네시스'라고 적힌 게 특징이다. 

제동할 때도 마찬가지다. 시속 150km 이상의 속도에서 급제동했더니 차가 좌우로 거칠게 휘청인다. 시속 70km까지 속도를 줄이다가 이대로 한 쪽으로 돌아버릴 것 같아서 재빨리 브레이크에서 발을 땠다. 브레이크 시스템의 제동력은 우수했지만, 균형은 엉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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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은 도로를 빠져나와 고갯길로 접어들었다. G80 스포츠의 코너링 성능과 움직임을 ‘체크’할 차례다. ‘스포츠’라는 이름을 믿고 자신 있게 굽잇길에 진입했다. 앞쪽에 무게가 실리며, 묵직하게 방향을 틀고 뒤쪽이 따라 올려는 찰나, 별안간 뒤가 바깥쪽으로 흐른다. 예상치 못했던 움직임이다. 일반 승용차도 충분히 돌아나갈 수 있는 속도였고, 회전 중엔 가속페달도, 브레이크 페달도 밟지 않았다. 미끄러질 이유가 없었다. 이 정도는 기자가 예전에 탔던 ‘그랜저 XG(17인치 2.0 수동)’도 가뿐하게 돌아 나갈만한 수준이었다. ‘스포츠’라는 이름이 아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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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지는 굽잇길에서도 ‘실망’은 이어졌다. 좌우 연속으로 굽이진 길에 접어들자, 중심을 잡지 못하고 허둥댄다. 최근 타본 시승차 중 이렇게 허둥대는 차는 처음이다. 2톤이 넘는 무게와 헐렁한 서스펜션 때문에 무게 이동이 너무 둔하다. 게다가 고급차용 타이어도 2톤의 무게 이동을 견디질 못한다. 뒤쪽에 두께가 275mm나 되는 타이어를 넣었는데도, 땅을 제대로 움켜쥐질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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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과 조향 보조장치를 켰을 때 'HUD' 모습

몇 번의 아찔한 경험을 하고 나서 ‘밟고’ 싶은 마음이 싹 사라졌다. 그래서 시승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엔 주행모드를 ‘컴포트’로 바꾸고 서서히 운전했다. 역시 승차감 하나는 더할 나위 없이 좋다. G80처럼 ‘물 흐르듯’이 미끄러진다.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기능과 조향 보조장치를 켜면 맘 편하게 자율주행차처럼 탈 수도 있다. 덕분에 편안하게 돌아왔다. 그런데 이렇게 탈 거면 G80을 놔두고 이 차를 왜 타는 걸까. 참고로 조용히 돌아올 때의 연비는 리터당 8.4km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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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G80 스포츠의 가격은 6,650만원이며, 풀-옵션인 시승차의 가격은 7,700만원이다.

G80 스포츠는 ‘스포츠’라는 이름을 달기엔 너무 소심했다. ‘고성능’을 위해 ‘편안함’을 약간이라도 희생했어야 하는데, 편안함을 전혀 포기하지 않았다. 그래서 G80보다 약간 ‘스포티’할 뿐, 여전히 지루하다. 여전히 편안하고 느긋하게 타는 차다. 이럴 거면 ‘스포츠’라는 이름을 왜 붙였나 싶다. 거창한 이름표 때문에 괜히 실망만 커졌다.

>>> 각각의 설명이 더해진 62장의 사진으로 엮은 '제네시스 G80 스포츠' 사진 모음


yjs@car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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