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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경현대의 올 뉴 투싼. 중국명은 '완전히 새로운 승리의 길'을 뜻하는 전신도승(全新途胜: 췐신투셩)이다

【카미디어】 조문곤 기자 = 현대차가 최근 중국에서 제네시스 브랜드의 상표권을 신청했다. 이름은 '㨗尼賽思(지에니사이쓰)'다. 영문 발음 'Genesis'와 가장 비슷한 한자를 조합해 만들었다. 직역하면 '첩니새사(이길 첩, 여승 니, 내기할 새, 생각 사)'가 된다. 서로 연관성이 떨어지는 한자의 조합이라 의미가 통하지 않는다. 하지만 중국어 한자 풀이로 뜻을 억지로라도 끼워 맞춰보면 '승리를 바란다' 정도가 된다. 현대차는 제네시스의 중국 진출을 저울질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에니사이쓰'가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중국에서 성공하길 바라는 현대차의 마음을 이름에 담은 듯하다.

중국 현지 브랜드나 모델 이름은 영문 발음이 가장 비슷한 한자들을 조합해 만든다. 외래어가 자리잡기 전 어르신들 세대에서 유럽을 '구라파(歐羅巴)', 아시아를 '아세아(亞細亞)'라고 불렀던 것과 비슷한 원리다. 소리만 따다가 빌렸다고 해서 이를 '음차'라고 한다. 중국도 외래어를 표기할 때 비슷한 발음을 갖는 한자를 배열한다. 차이가 있다면 브랜드나 모델 이름을 지을 때 발음이 비슷한 한자를 마구 갖다 붙이는 것이 아니라 (되도록) 의미를 담을 수 있는 한자들로 조합한다는 점이다. 스토리텔링이 되니 홍보효과도 좋고, 사람들에게 각인시키기 더 쉽다. 이를 소리와 뜻을 함께 담아 번역한다 해서 '음의겸역(音意兼譯)'이라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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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은 세계 최대의 자동차 시장이다. 'C클래스 롱휠베이스'처럼 다른 나라에서 볼 수 없는 전략 차종들이 즐비하다 

중국에 진출한 외국 자동차기업들은 예외없이 중국 자동차회사와 합자해 만들어진다. 중국이 자국 자동차 산업을 키우고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1994년부터 펼친 정책이다. 중국은 수입차에 엄청난 관세를 물려 진입장벽을 높였다. 외국 자동차회사가 중국 내에 공장을 짓고 차를 만들어 팔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다. 대당 수 억 원을 호가하는 슈퍼카 브랜드가 아닌 이상 중국서 차를 팔려면 현지 합자회사를 만들 수밖에 없었다. 합자회사에서 외국 자동차회사가 갖는 지분율은 50%를 넘어서는 안된다는 조건도 붙었다. 이러한 정책은 오늘날 중국을 세계 최대의 자동차 생산국으로 올라서게 만든 원동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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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아는 중국명 '치야(起亞)'에 '1등으로 일어선다'는 의미를 담았다 

보통 중국 합자회사의 이름은 지분이 더 많은 중국 자동차회사 이름을 앞에 쓰고, 바로 뒤에 외국 자동차회사 이름을 붙여 쓴다. 자동차를 의미하는 '기차(汽车: 치츠어)'는 편의상 이름에서 뺀다. 현대차는 2002년에 북경기차(北京汽车)와 지분율 50대 50의 합자회사를 세우고 현지에서 생산 및 판매 중이다. 합자회사 이름은 '북경현대(北京現代: 베이징시엔따이)'다. '현대'는 한자어기 때문에 별다른 수정없이 합자회사 이름에 들어갔다. 

기아차 역시 둥펑기차(東風汽车), 위에다기차(悅達汽车)와 각각 50대 25대 25 지분율로 합자회사를 두고 있다. 이름도 우리말 발음과 비슷한 한자인 기아(起亞: 일어날 기, 버금 아)를 썼고, '1등으로 일어선다'는 뜻을 담았다. 합자회사 이름은 세 회사 이름을 단순하게 열거해서 '둥펑위에다기아(東風悅達起亞: 둥펑위에다치야)'로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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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에서 파는 수입차는 뒤쪽에 (위치와 상관없이) 중문 이름으로 된 레터링을 반드시 붙여야 한다 

중국에 합자회사를 만들고 있는 외국 자동차회사들의 이름도 비슷한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메르스데스-벤츠의 모회사 다임러 AG는 1984년 북경기차와 '북경분치(北京奔馳: 베이징뻔츠)'를 만들었다. '뻔츠(奔馳)'는 벤츠와 발음을 비슷하게 만들면서 두 한자 모두 '달리다, 질주하다'라는 뜻을 담았다. 북경분치는 이름 그대로 중국 시장에서 가장 인기있는 브랜드로 '질주' 중이다. 

이밖에 둥펑기차와 닛산 합자회사인 동풍일산(東風日产: 둥펑르찬), 상하이기차와 GM 캐딜락 합자회사인 통용개적납극(通用凯迪拉克: 통용카이디라크어) 베이징기차와 지프의 합자회사인 북경지부(北京吉普: 베이징지푸) 등이 있다. 중문 발음이지만 영문 발음과 교묘하게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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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을 거둬들인다'는 뜻을 담은 북경현대의 '췐신루이나(全新瑞纳)'

브랜드뿐만 아니라 차 이름도 비슷한 방식으로 짓는다. 최근 기아차가 출시한 신형 포르테 현지 모델 이름은 '푸뤼디(福瑞迪)'다. 중국에서 축복을 대표하는 두 글자인 '福(복 복)'과 '瑞(상서로울 서)'에 '迪(나아갈 적)'을 합쳐 만들었다. '성공을 위해 진취적으로 나아가는 사람들을 위한 차’라는 의미다. '포르테'라는 영문 이름과 비슷한 한자이면서도 의미를 담을 수 있는 한자를 선택해 지었다. 

북경현대가 지난 9월 출시한 '췐신루이나(全新瑞纳)'는 중문 이름과 영문 이름을 별도로 지은 경우다. '루이나(瑞纳)'는 '瑞(상서로울 서)'에 '纳(거두어들일 납)'을 써서 '복을 거둬들인다'는 뜻이다. 영문 이름은 스페인어로 '여왕'이라는 뜻의 '레이나(Reina)'를 따로 쓴다. 별도의 영문 이름이지만 중문 발음과 비슷하게 지었다는 점에서 이름 짓는 방식에서는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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