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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트로이트=카미디어】 장진택 기자 = 대우자동차에서 로얄 살롱등을 디자인했다가, 기아에서 세피아, 카니발 등을 디자인하고, 퍼시스와 일룸에서 가구를 디자인하다 미국으로 유학, 이후 세그웨이를 디자인하고, 미국에서 디자인을 가르치다가, 세계 3대 디자인학교 중 하나인 CCS(College for Creative Studies)의 부총장까지 오른 ‘슈퍼맨’을 만났다. 물론 한국인이다. 아직 영어보다 우리말이 더 편한, 심지어 미국 시민권도 없는 진짜 한국인, 최수신 CCS 부총장을 인터뷰했다. 


어떻게 세계적인 대학의 부총장이 됐나?
전에 있던 신시내티 대학교에서도 정년을 보장받은 안정적인 자리(디자인학부장, 교수)였다. 그런데 새로운 것을 향한 도전에 끌렸다. 주변에선 미쳤다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CCS에서는 종신직이 아니다. 내가 부총장이 돼서 가장 이상적인 디자인 학교를 만들게 된다면 어떨까,하는 생각으로 (헤드헌터의 권유에) 도전하겠다고 했다. 총 48명의 지원자 중에서 1차 8명, 최종3명의 후보 가운데에서 내가 뽑혔다. 아마도 내가 인터뷰 때 보여준 이상적인 디자인 학교의 청사진이 호응을 받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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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3대 자동차 디자인 학교 중 하나인 CCS. 미국 디트로이트 자동차 산업의 건재함을 상징하는 학교이기도 하다. 예전 GM 디자인센터 건물을 학교로 개조해서 쓰고 있다


이 학교에 한국인 학생들이 특히 많아서 부총장이 된 건 아닐까?

자동차 디자인 학과에는 한국 학생이 절반 정도 되고 다른 학과에도 한국 학생들이 꽤 있다. 내가 오기 이전에도 한국계 학생들은 많았고, 열심히 했으며, 취업도 잘 됐다. 내가 왔으니 모든 면에서 더 잘 되도록 해야겠지만, 한국계 학생들 때문에 나를 뽑은 것 같진 않다. 아닌가? 그것 때문에 뽑았나? 하하.


늦은 나이에 유학을 갔다고 들었다. 무슨 용기인가?
퍼시스에 이어 일룸에서 디자인 디렉터로 일하던 마흔셋에 유학을 떠났다. 주변에서 난리였다. 왜 사서 고생하러 가느냐는 만류도 많았고 일룸에서도 “유학 가고 싶으면 회사에서 보내주겠다”고 했다. 학위가 없는 것도 아니었다. 홍익대 대학원도 나왔고, 영국왕립예술학교(RCA)에서 공부하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디자이너이고 디자인은 기본적으로 현실에 안주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도전을 하는 것이 아닌가. 그때의 무모한 도전이 결코 헛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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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수신 부총장은 세그웨이 디자인에도 참여했었다


한국에서는 ‘세그웨이 디자이너’로 유명하다.
나를 ‘세그웨이를 만든 사람’ 정도로 생각하나 본데, 그건 아니다. 처음으로 발명한 세그웨이엔 내가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 그쪽 엔지니어들이 만든 거다. 나는 엔지니어 집단이었던 세그웨이 측에 “디자이너도 꼭 필요하다”라고 말했었는데, 그들이 “그럼 당신이 와서 해 봐”라 했던 거다. 나는 세그웨이 2세대 모델 디자인에 참여하면서 방향전환에 대한 걸 풀어냈다. 1세대는 핸들에 있는 레버를 돌려 방향전환 했는데, 나는 이걸 가고 싶은 방향으로 몸을 기울이면 그 쪽으로 틀어지게 디자인했다. 그 외에도 계단을 오르내리고 두 바퀴로도 이동이 가능한 4륜구동 전동휠체어인 아이봇 iBOT의 2세대 디자인을 하기도 했다.


예비 디자이너에게 어떤 걸 가르치나?
디자이너가 나무만 봐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숲을 볼 줄 알아야 한다. 멋진 차만 그려내는 게 아니라, 이동이라는 행위에 대해 이해하고 궁극의 운송수단을 상상할 수 있어야 한다. 사실 회사에 들어가면 머릿속에 이런 상상을 펼칠 여유가 없다. 상상의 폭을 넓혀주는 것, 더 멀리 보고 깊게 볼 줄 아는 통찰력을 심어주는 게 학교의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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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자동차 디자인 어떻게 보나?
심심하고 지루하다. 시장만 보고 디자인하니 시장에서 팔릴 수 있는 차들을 주로 디자인한다. 자동차 회사들이 비슷한 문제를 놓고 고민하니 결과도 다들 비슷하게 나온다. 앰블렘만 떼면 포드인지, 현대인지, 토요타인지 모를 정도다. 모두들 숲을 보지 않고 나무만 보고 디자인한 결과다. 자동차 회사들이 이러고 있을 때 구글이나 애플 등, 숲을 보면서 새로운 구상을 했던 회사들이 자동차 시장을 흔들지 모른다. 또한 자동차 디자인 전공했다고 해서 빅3나 벤츠, BMW에 들어가야 하는 건 아니지 않나? 구글을 위해 혁신적인 운송수단을 디자인할 수도 있는 거 아닐까?


한국 자동차 회사는 잘 하고 있다고 보나?
전반적으로 많이 좋아졌다. 예전에 내가 일할 때(기아 1세대 세피아등을 디자인했음)의 ‘퀄리티’와 비교하면 요즈음 한국차들은 디자인과 설계의 질이 아주 높아졌다. 덕분에 디자인의 자유도도 많이 좋아졌다고 생각한다. 이따금 기아 쏘울처럼 남들이 만들지 않는 차도 보이기도 하지만, 현대-기아는 전반적으로 뚜렷한 성격이 부족하다. 현대와 기아차 사이에서도 차이점이 보이지 않는다. 현대-기아, 모두 분명 잘 만든 차이지만, 기억에 남는 디자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너무 착한데 끌리지 않는달까? 대략 이런 느낌이다.


한국 자동차 디자인은 어떤 방향으로 가야할까?

BMW가 냉면집이라면 현대-기아는 한식집이다. 다양한 메뉴에 수준 이상의 맛을 갖췄지만, 맛있는 냉면을 먹으려는 사람은 (한식집의 냉면을 먹기 보단) 냉면 전문점을 찾아간다는 얘기다. 소비자 취향이 분명해지고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한식집보다는 냉면 전문점이 주목 받게 된다. 물론 한식집 전략이 냉면집 전략보다 우월하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인식과 이를 명확한 디자인 언어로 풀어내는 과정이 아직 부족하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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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식집스러운’ 자동차 회사니까 다양하고 합리적인 차를 만들 수 있지 않나?
요즈음 BMW도 다양한 차를 내놓고 있고, 합리적인 가격의 전륜구동 BMW도 나오기 시작한다. 극단적인 설정이지만, BMW가 다이내믹한 미니밴을 만들어 카니발 가격에 내놓으면 어떻게 되겠나? 매번 ‘현대-기아차만의 색깔’이 중요하다고 말하지만, 그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니란 것도 안다. 토요타는 몇 년 전부터 그런 작업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요즈음 출시되는 토요타나 렉서스를 보면, 물론 내 개인적인 취향에는 맞지 않지만, 뭔가 고민하는 흔적이 보이지 않나?


자동차 디자이너들은 보행자 안전 규정 등의 다양한 규제 때문에 디자인이 점점 비슷해져 간다고 말한다.  
능력이 부족한 디자이너들은 그렇게 말하겠지만 규제가 있으니까 더 기발해지는 거라고 생각한다. 어떤 게임이던지 정교한 규칙이 있고, 그 안에서 묘기 같은 플레이가 나오는 것처럼. 요즈음 축구에서도 수비들을 잘 하니까 메시나 호나우두의 플레이가 더 멋진 거 아니겠나? 관련 규제가 빡빡한 거 같아도 그 안에 잘 들여다보면 탁 트인 초원처럼 광활한 자유가 있다. 이게 노력하고 고민하는 이들에게만 보이는 초원이긴 하다.


우리나라 디자인 교육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있을 것 같다.
많다. 나도 예전에 그렇게 배웠지만, 방법만 가르치는 건 아닌지 생각해 봐야 한다. 내가 미국에서 교수하면서 가장 뼈저리게 느꼈던 부분이기도 하다. 자동차 렌더링 멋지게 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이게 목적이 되선 안 된다. 그건 디자이너라는 목적에 이르는 수단일 뿐이다. 미국 디자인 교육은 – 물론 학교마다 다르기는 하지만 – 학생들에게 옳은 답을 가르쳐주기 보다는 학생들이 자신들의 의견이 담긴 답에 도달하도록 지도한다. 한국과는 달리 미국에서는 초등학교부터 학생들에게 계산기를 사용하도록 가르친다. 그 결과 미국 학생들이 계산능력은 한국 학생들에게 뒤떨어지지만 논리적인 사고방법은 더 우수한 경우가 많다. 사실 수학은 계산이라기 보다는 수학적인 사고방법을 가르치는 학문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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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수신 부총장이 타는 이스즈 비크로스. 17년 된 중고차이지만 상태가 아주 좋았다


지금 무슨 차를 타나?
한국에 있을 땐 내가 디자인했던 기아 세피아를 출국 전날까지 탔다. 미국에서 오자마자 이베이를 뒤져 이스즈 비크로스를 샀다. 1999년식을 2001년에 샀으니 당시는 꽤 팔팔했다. 이 차는 1993년 콘셉트카로 발표됐던 모습 그대로 1997년에 양산으로 이어졌다. 콘셉트카 디자인이 양산으로 이어진 성공적인 사례다. 하지만, 눈길을 끄는 스타일과는 달리 수많은 설계적인 문제를 갖고 있다. 내 강의에서 독창적인 컨셉트와 합리적인 결과물 사이의 괴리를 설명할 때 주로 예로 들기도 한다.


차 바꿀 생각은 없나?

없다. 고장이 안 난다.


>>> 자동차 디자인 명문학교 CCS 최수신 부총장과의 인터뷰 영상

영상/ 박태성 기자 inventedbypeter@gmail.com 

Epicroads는 박태성 기자의 개인 유투브 개정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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