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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소기업중앙회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비제이씨와 오엔씨엔지니어링 대표(출처: 연합뉴스) 


【카미디어】 조문곤 기자 = 현대차가 중소기업의 특허를 탈취해 논란이 일고 있다. 중소기업 두 곳이 "현대차가 기술과 특허를 탈취했다"며 공개적으로 수사를 촉구했고, 현대차는 즉각 반박하고 나섰다. 이 같은 논란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대기업 중심의 산업구조에서 대기업의 기술 탈취는 관행처럼 굳어져 왔다. 중소기업은 점점 어려워지고 대기업의 윤리성은 흐릿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5일 중소기업중앙회서 기자회견을 연 중소기업은 비제이씨오엔씨엔지니어링이다. 2곳 모두 현대차에 납품했던 중소기업이다. 이들은 현대차가 기술과 특허를 탈취했다고 주장하며 수사를 촉구했다. 비제이씨의 경우 현대차의 특허가 무효라며 소송을 내 지난달 승소했다. 그러나 현대차는 즉각 재심을 청구하겠다고 밝혀, 대법원 최종 선고까지 최소 5년 이상을 더 끌어야 하는 상황이 됐다. 또한 기술 탈취 논란이 일자 현대차도 사실과 다르다며 조목조목 반박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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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탈취 여부는 법적으로 진위를 가리게 됐지만, 근본적으로는 중소기업이 현대차에 기술자료를 넘긴 것이 분쟁의 씨앗이 됐다.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대기업은 중소기업에 기술자료를 요구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실제로 중소기업의 기술 탈취 논란은 무수히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7년간 공정거래위원회로 접수된 기술 탈취 신고 건수는 20여 건에 지나지 않는다. 잘못이지만 잘못이라 말하지 못하고 관행으로 굳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이것이 바로 대기업 중심의 산업구조에서 비롯된 독과점의 폐해다. 비단 현대차만의 문제가 아니다. 대기업은 비슷한 특허를 중복으로 취득해 중소기업 기술을 납품받아 사용해 왔다. 중소기업의 기술을 사용하면서 대기업은 기술보호라는 명목(비슷한 특허를 중복 취득하는 것)을 내세우는 것이 마치 관행처럼 굳어져 왔다. 철저하게 일 수밖에 없는 중소기업은 당장의 생존이 걸려 있어 슈퍼 갑인 대기업의 어떠한 요구도 거부하기 어렵다. 현행법상 기술자료를 요구할 수도, 넘길 수도 없는데도 대기업의 기술 탈취 논란이 끊이지 않는 것은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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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이 중소기업의 특허 도면, 오른쪽이 현대-기아차와 중소기업이 공동으로 특허 출원한 도면이다


지금 이슈가 된 논란 이외에도 우리가 쉽게 접하는 디자인 관련한 사례가 있다. 기아 카니발에 적용된 '세계 최초 4열 팝업싱킹시트(이하 싱킹시트)'가 좋은 예다. 20145월 신형 카니발을 출시한 기아차는 세계 최초로 4열에 싱킹시트를 적용했다며 세일링 포인트로 내세웠다. 사실 이 싱킹시트는 한 중소기업이 특허 출원한 것인데, 이상하게도 4개월 뒤 현대기아차가 공동명의로 특허를 다시 출원했다. 당시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싱킹시트 개발은 해당 중소기업 간의 공동개발 프로젝트였다고 밝힌 바 있다. 기술보호 차원에서 중소기업의 기술을 기반으로 특허를 재취득했다는 것이다.

 

>>>관련 기사: 신형 카니발 '4열 싱킹 시트'의 모호한 특허

 

당시 <카미디어>의 취재가 시작됐을 때 해당 중소기업은 현대기아차에 특허를 빼앗겼다며 억울해 했다. 그런데 특허권을 둘러싼 모호한 관행를 들춰내려는 취재가 계속되자 해당 중소기업의 태도가 돌변했다. 관계자들은 갑자기 답변을 피하고 우리의 생존권이 위협받는다고 호소하며 기사화를 막았다. ‘슈퍼 갑앞에서 슈퍼 을일 수밖에 없는 중소기업의 현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취재 사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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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기업의 기술 탈취로부터 중소기업을 보다 강력한 법으로 보호하기 위한 논의는 매년 있어 왔다. 그러나 법제화되지 못하고 헛물만 켜고 있는 실정이다 


전직 자동차 디자이너였던 A씨는 협력업체의 특허가 있더라도 실차 적용을 위해 설계를 약간 바꾸면서 공동명의 특허를 다시 출원하는 게 관례"라며결과적으로 애써 취득한 특허 권리를 희석시키는 것이지만, 협력업체로서는 어쩔 수 없다고 설명했었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 역시 최근 실시한 기술탈취 실태 조사 결과를 보더라도 협력 업체를 대상으로 한 대기업의 기술탈취는 여전하다면서, “중소기업이 대기업의 기술탈취에 대응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취임 1호 정책으로 대기업의 기술유용(탈취) 근절 대책 마련을 추진 중이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역시 지난 4일 대기업의 갑질을 근절하기 위해 중소기업 기술유용 문제를 직권으로 조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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